
동대문 평화시장 뒷골목.
25년 동안 사채를 놓던 사람이 있었습니다.
故 최봉수 (1944~2009).
얼굴을 보지 않고 장사 시작한 달만 물었습니다.
갚을 사람과 못 갚을 사람을
주판 한 번에 갈랐습니다.
사람들은 그를 동대문 주판이라 불렀습니다.
IMF 겨울, 치부책 앞면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
줄줄이 문을 닫았습니다.
그는 반년을 앓고, 그해 봄 대감신을 받았습니다.
사채는 그날로 접었습니다.
“앞면은 내가 사람 잡던 장부고,
뒷면은 내가 값 치르는 장부다.”
그 뒤 십일 년, 치부책 — 그 영감이 25년 남의 돈을 적던 장부 —
그 뒷면에 손님의 돈 날짜만 적었습니다.
그 뒷면을 복원했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