붉은 실을 손에 쥔 박명주 할매의 초상

전라남도 진도, 붉은 홍살문 안쪽.

다섯 대째 신을 모셔온 당골 무당이 있었습니다.

故 박명주 (1917~2003).

실 한 가닥을 만지면, 두 사람이 왜 갈라섰는지

본인들보다 먼저 말했습니다.

용하다는 말로는 모자라, 사람들은 그 방을 무서워했습니다.

그래도 밤이면 남몰래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었습니다.

헤어진 사람을 못 잊은 이들이었습니다.

무당은 실을 오래 만져보고, 두 마디 중 하나만 했습니다.

“죽은 실이여.” — 아니면,

“엉킨 것이제, 끊어진 것이 아니여.”

엉킨 실은 굿판의 고를 풀듯 한 매듭씩 풀어 이었고,

죽은 실은 복채도 받지 않고 씻겨 보냈습니다.

그 방에서 듣기 좋은 말만 나온 적은 없습니다.

무당이 남긴 것은 연분 명부 —

끊어진 실이 그 뒤에 어찌 되었는지까지 적힌 기록입니다.

이제 그 위에, 두 사람의 생시를 올립니다.

진도 명주할매 홍실점 | 작두사주